[책읽기]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었을 때에, 많은 분들이 파괴적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하고는 했다. 듣는 분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을 다르게 해석했었는데, 일반인들은 자동화기술과 인공지능(AI/ML)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했고,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 세상에서도 먹고 살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고는 했었다. 4차 산업혁명을 침 튀기며 이야기한 분들 중에는 일자리 걱정을 하지 말라는 분들도 있었고,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일자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계는 못하고 사람이 더 잘해왔던 스킬(예; 공감, 창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하여간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어 진행 중인 것으로 느껴지고,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기존의 일자리를 보완하거나, 위협하거나, 대체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나 COVID19 이 넓게 확산된 이후에는 그 속도가 훨씬 가속화되는 것을 일상에서 느낀다. 카페, 식당, 아이스크림 가게, 매장에 들리면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이 떡하니 입구를 지키고 있고, 일부 식당과 리조트에서는 로봇같이 생기지 않은 로봇들이 식판을 들고 자리로 찾아온다거나 안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크게 1) 기계/자동화, 인공지능(AI/ML)과 노동과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떠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인지? 에 대한 주제와 함께 2) 미래 세상을 준비하는데 있어 정부가 해야 할 일, 교육, 분배, 기술 대기업에 규제, 기본소득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계의 도입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였지만 일자리도 많이 빼앗는 통에, 소수의 누군가는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다수의 많은 이들은 굶주림에 몰렸고, 지배구조가 뒤집어질 만큼의 계급투쟁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방적기계와 직포기계가 발전, 보급되면서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 노동자들은 실업과 저임금에서 벗어나고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고(영국 18세기말), 정부는 단결금지법으로 맞서기도 했지만, 결국 노동조합의 등장, 그리고 공산주의가 싹트는 계기를 만들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미국 남부에서는 목화를 수확하기 위해 많은 흑인이 필요했지만, 사람보다 50배나 많은 목화를 따는 기계가 등장하면서부터 흑인들은 변변찮은 일자리 조차 잃었다. 흑인들은 제조업이 발전하고 있는 미국 북부로 이동하여 일자리를 찾았고, 제조업에서 일정 부분의 일자리가 얻을 수 있었지만 기계화, 자동화가 발전함에 따라 다시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잃고, 서비스업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생산성 향상 속에서, 일부 일자리는 없어졌지만, 새로운 일자리들이 나타나서 이를 메꾸어주었다. 덕분에,
앞으로도 기술 발전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일자리는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해줄까? 이 점에 있어서, 저자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즉 일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직업이 통으로 없어진다기 보다는,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태스크 중에서 Routine 한 것들이 먼저 기술에 의해 보완 또는 대체될 것인데, 상당한 업무/태스크들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컴퓨팅 파워의 발전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만이 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업무/태스크들이 기계에 의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이미 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훨씬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인지, 판단, 창조에 있어서도, (생물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의 지능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이 훨씬 더 잘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공장과 매장에 설치된Visual
Inspection 시스템, 주차장 및 거리를 활보하는 자율주행, 신문기사를 대신 쓰고, 작곡/작사를 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또한 과거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 속에서도 추가적인 공급이 필요했고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패턴이 이어지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세계 도처, 특히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라는 국가를 위해서 드러나고 있는 큰 문제점은 ‘불평등’이다. 부익부 빈익빈 속에서, 중산층(중간 계층)은 점점 얇아지고 일부는 부유층으로 그리고 다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계층과 계층을 이어주는 사다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고급 기술을 다루는 전문인력과 사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진, 금융 산업 전문 인력들의 소득은
계속 올라가는데, 단순 노무를 하는 하위 계층의 소득은 그닥 늘지 않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 글로벌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심지어 상위 부유층은 자본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에서 얻는 수입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에, 하위층은 빚에서 허덕이고 있는터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일반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부는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소위 정신적 육체적으로 반복적인 작업, 어렵고 힘든 작업들이 자동화되어, 우리들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과연 과거의 희망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어 일자리의 양적, 질적 미스매치가 해결될까? 진짜로 미스매치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한 세대가 절망에 빠지지 않고 짧은 기간동안의 고통을 이겨내면 아름다운 세상을 맞을 수 있을까?
저자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주장 하에, 교육의 역할, 정부의 역할, 기술 대기업에 대한 규제, 그리고 기본 소득이라는 주제를 3부에서 다루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어려운 뜨거운 주제이기도 하고, 정치인들의 리더쉽이 필요한 주제들이기도 하다.
노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에 노동의 종말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노동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은 일자리가 곧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 변혁의 시간, 아무리 좋은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Transition의 시간이 길다면, 생명줄을 건 희망 고문이리라.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지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저 한줌의 정치인이나 자본가들에게 우리 삶을 맡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주제로 책을 읽거나, 유투브를 보거나, 생각을 할 때면...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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