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왜 맛있을까?

누군가는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하지만, 나는 먹기 위해 산다. 좋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어가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누군가는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다고 하지만, 나는 뱃속에 들어가서도 편안해야 하지만, 뱃속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출처: 교보문고) 

책의 저자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보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원제는 Gastrophysics라고 하는데, Gastronomy (미식학) Physics (물리학) 합성어로서, 저자인 찰스 스펜스가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작, 디자인, 마케팅을 융합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 분야라고 한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바로 경험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연구분야라고 한다.  Gastrophysics라는 중요한 연구분야가 있었다는 것을 나이 50 넘어서야 알았다. ㅠㅠ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론과 사례들 상당수는 미슐랭 별을 달고 있는 고급(?) 식당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집을 비롯해서 코시국 이후에 타보고 있는 비행기안 기내식을 비롯해서 일상생활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이다.

1 거의 모든 감각의 식탁에서는 맛과 오감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혀로 맛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는 것이 이라는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 있다. 2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에서는 외에 영향을 주는 것들, 분위기, 누구와 먹는지, 기압과 습도(기내식), 맞춤, 경험, 디지털 등을 다루고 있다.

맥주만 하더라도, 오감을 통해 즐기고, 함께 즐기는 안주는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와 어떠한 분위기에서 함께 하는지, 무엇을 섞어 먹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음료이다. 맥주가 가득한 잔을 떠올려 보면, 맥주에 따라 약간의 쌉싸르한 정도도 다르고, 달콤함의 정도도 다르고, 향도 다르다. 맥주잔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잔을 들이올렸을 때의 묵직함도 다르고, 시원함이 손에 전달되는 정도도 다르다.  맥주 자체의 색깔도 다르지만, 위에 부드럽게 입혀진 맥주 거품과 탄산기포가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고, 꿀꺽꿀꺽 목넘이를 때에 들리는 소리는 시원한 청량감을 높여준다. 심지어 맥주에 어떤 소주를 섞어 먹는지? 소주를 섞는 양은 얼마로 할지? 따라서도 맥주맛은 달라진다.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에 있는 오래된 펍에 온듯이 기다란 나무 테이블과 나무 의자에 앉아 먹을 수도 있고, 은빛의 모던한 철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재즈를 들으면서 먹을 수도 있다. 해안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위에서 별을 보면서 마실 수도 있다. 안주로 피자를 먹을 수도 있고, 치킨을 먹을 수도 있고, 오징어를 씹을 수도 있고, 소시지, 학센, 슈니첼, 피쉬앤칩을 함께 수도 있다. 오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겨운 육두문자를 주고 받으며 잔을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수도 있다. 뱃속에 들어가면 알코올을 물에 섞은 것이라고 이야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 맛과 경험이 같겠는가?

위의 맥주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일 것이고, 책에는 보통사람이라면 모를 밖에 없는 내용이 무진장하게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Gastrophysics Physics라는 단어가 의미해주듯이, 많은 실험을 통해 증명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음식 이름을 바꾸면 맛있어진다.” –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라고 쓰지 말고, ‘칠레산 농어라고 쓴다면 어떨까? ‘아삭하고 신선한 유기농 정원 채소를 곁들인 나폴리식 파스타라고 묘사해준다면?  

향의 중요성 – (코를 쥐고, 먹을 것을 입에 넣는다면) “양파인지 사과인지, 레드 와인인지 차가운 커피인지 헷갈릴 것이다. 후각이 작동하지 않으면 놀라울 정도로 구분하기 어렵다. 진짜 맛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후비강 쪽으로 인지되는 냄새이다” “향을 강화한 토마토 수프를 먹을 경우 빨리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리의 후각 성분을 늘리는 것만으로 식사량이 거의 10% 감소했다

눈으로 보기 - “똑같은 딸기 무스라도 검은 접시보다 접시에 담아냈을 경우 10% 달고, 15% 풍미가 좋으며 훨씬 마음에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 둥근 접시가 각진 접시보다 달콤했다” “빨간색은 회피 동기를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똑같은 음식이라도 빨간 접시에 담겼을 경우 적게 먹는다” “음식을 음직이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다른 이유는 더욱 강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음식은 신선한 것으로 지각된다” “시각 효과를 활용하면 식욕도 억제할 있다. 작은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는 것이다(실제보다 음식이 많아 보인다). 반면 가장자리가 넓은 접시에 음식을 내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소리로 보기 - “눅눅해진 감자칩을 먹을 때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면 뇌가 감자칩을 15% 정도 맛있게 느낀다” (Unilever 함께한 연구를 통해,  2008 이그노벨상을 받았다고 한다) “제품 포장에서 나는 소리 역시 미각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감자칩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포장에 담겨 나오는 것이 우연일까? 물론 아니다!”

피부로 보기 - “무서운 식기로 식사를 하면서 식사하는 사람은 맛있게 느낄 것이다.”

중간에 한국의 먹방 소개하기도 했는데, 먹방 보면서 먹는 것은 위험하단다. 😊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먹방을 자주 보는데, 마치 테이블에서 누군가와 같이 먹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먹는 양이 늘어나죠

 2부에서는 오감외에, 어떤 것들이 경험 영향을 주는지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먹는지? 누가 어떻게 조리를 해준 것인지? 등에 따라서도 경험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같은 식당이라도 프랑스 아코디언을 틀어주면 프랑스 와인을 시키고, 독일 맥주집 음악을 틀어주면 독일 와인을 시킨다고 한다. 배경 음악만 바꾸어도 손님들의 주문 패턴을 바꿀 있다니 놀랍다. 시끄럽고 빠른 음악을 틀어주면, 말은 적게 하고 술은 빨리 마시고, 자리는 일찍 비우게 있다고 하는데, “바에서 음악 소리가 22%커지면 손님들은 26% 빨리 마신다고도 한다. 앞으로는 조용한 집에서 마셔야겠다, 그래야 다음 날의 숙취도 줄이고, 술값도 줄일 있지 않겠는가?

경험 증폭시켜주고 개선해줄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험 제대로 느끼기 어렵고 어려운 곳이 비행기 안이라고 한다. 글쎄, 다른 것은 몰라도 메뉴는 거기에서 거기인터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고, 먹고 자고 먹고 자는 것이 거의 전부인터라, 그냥 맛이 없으려니 생각했다. 기압은 떨어지고, 습도는 낮아 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은근 시끄러운면서도 단조로운 소음 속에서는 자체를 느끼기 힘들다고 한다. 심지어, 비행기가 싣고 가는 모든 것들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식기도 가벼운 것을 쓰다보니,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미래에 로봇이 만들고 시중을 드는 식사 환경, 디지털로 주문하고 받아보는 환경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9장의 제목 기억에 남는 식사 마음에 닿는다. 이렇게 경험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은데, 나의 기억에 남아 있는 기억에 남는 식사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본다. 데이트 하면서 들렸던 많은 음식/식당 중의 일부, 아이들을 키우면서 들렸던 많은 음식/식당들의 일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즐긴 식당/음식들 중의 일부, … 결국 음식의 맛이 지금껏 뇌에 남아 있기 보다는, 당시에 나는 곳에 누구와 있었고?, 곳에 있었으며?, 당시에 나는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때문에 기억이 남아있는 하다. 저자가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음식은 혀가 아니라 뇌가 맛보다는 것이다!’ 동의할 밖에 없다.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보며, 도곡동에서  (2022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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