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가 귀찮은 날들
아이들이 읽는 책도 가끔은 읽어야 한다. 그래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도 생기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작은 여자아이가 자기 덩치만한 이구아나를 업고 있는 앙징맞은 그림을 담고 있는 특이한 이름의 책 - "이구아나가 귀찮은 날들"
드다지 넉넉하지 않은 한 가정이 있다. 아빠는 학교 선생님이고, 엄마는 전업주부이고, 그리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주인공 (이름은 쥬리)이 있다. 쥬리의 생일선물로 아빠의 큰 아버지가 이구아나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교 이사장으로 있고, 돈은 많지만, 그다지 성격이 좋지 않은 토쿠다 영감은 손자와 이구아나를 키우다가, 질려버렸기 때문에 강제로 쥬리네 집에 떠넘긴 것이다.
쥬리 덩치만한 이구아나를 키워간다. 신선한 야채 샐러드를 만들어서 아침에 먹여야 하고, 이구아나가 병들지 않도록 온도도 후끈후끈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구아나는 화분을 비롯해서 집안 여기저기를 망쳐버린다. 그래서 주인공은 야다몽(싫어)이라고 이름을 붙여준다. 학교 이사장에게 밉보일 수 없기 때문에 아빠는 딸 쥬리에게 야다몽을 잘 보살펴주라고 하고, 엄마는 징그러운 야다몽 근처에 갈 생각을 안한다. 가끔씩 학교 이사장은 이구아나가 잘 지내고 있는지 감시하듯이 구경도 온다.
야다몽 키우기가 얼마나 싫었을까? 쥬리짱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야다몽이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리다, 아빠에게 찰싹 맞기도 한다. 야다몽의 긴 하루가 하루씩 하루씩 쌓여가고, 에피소드가 하나씩 하나씩 이어진다. 심지어 한 밤 중에 야다몽을 동네 공원에 갖다 버리기 위해 작전을 짜기도 한다. 하지만 불쌍한 아빠를 위해서, 또 야다몽과 쌓인 묘한 정 때문에 야다몽을 다시 데려오고 만다. 이제는 극적인 반전~ 아빠, 엄마도 쥬리짱의 마음을 이해하고, 야다몽에 정이 들기 시작한다.
야다몽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을 본 성격 안 좋은 토쿠타 영감이 다시 이구아나를 되찾아가고 싶어한다. 실력없고 무능했던 아빠는 이사장에게 대들어서 학교에서 짤린다. 학원 선생이 되었지만 먹고 살기는 어렵다.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엄마는 살림에 보태기 위해 동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쥬리는 신문이라도 돌려야 할 참이지만, 아빠, 엄마는 쥬리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야다몽도 잘 키우도록 배려해준다.
이구아나를 강아지나 고양이로 바꾸었더라도 모든 이야기는 잘 흘러갔겠지만, 이구아나가 주는 이미지는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아이는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쥬리짱이 남자친구를 만나고 사귀어 가는 부분이 좋았을까? 우리집도 작은 강아지 키우자고 하지는 않을까? 우리집, 우리 가족이 이 정도면 화목하게 잘 지낸다고 생각했을까? 이번 주말에 논술학원 데려다 주는 길에 야다몽 이야기를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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