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명견만리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역사책을 사겠다고 scrolling을 하다가, 많이 팔리고 있는 책이라고 해서 눈길을 주었고, 목차를 훓어보다 마음에 들어 구매하게 되었다. (집에 TV가 없다보니, 모르고 살아가는 것도 많다.)


어떤 책이든 본문에 앞서 있는 추천사를 비롯한 글들을 다 읽는 편인데, 이 책의 프로롤그는 너무 진중하다. 진중함을 넘어서 너무 뻐긴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TV에서는 어디까지 얼마나 다루었는지 모르겠으니, 책과의 차이를 이야기할 처지가 안되니 이 부분은 패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있는 트렌드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핵심을 밝히고 있는지, 이 시대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처방 내지 처방을 찾기 위한 질문은 제대로 던지고 있는 것인지?

첫번째 주제 - 인구

아주 오래 전부터 경영학이나 컨설팅의 고수들이 인구통계학적 변화만큼 큰 변화도 없다고 했는데..., 고령화, 저출산에 대해 지겨우리만큼 이야기를 듣고, 그 변화가 닥쳐 왔는데도 아직은 아니겠지라며 외면하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령화, 청년실업,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 가계부채의 심각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른다고 고개를 저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직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혁명이라도 일어나야 할 판인데, 누구를 타겟으로 삼아야 할지를 몰라서 그런지 분노도 쉽게 사그라 앉는 것 같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으랴. 젊은이는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보았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고, 자연히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되고, 버는 것이 없다 보니 소비도 줄이게 되어 궁핍한 삶을 살게 된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재산증식을 위해 올려놓은 집값 앞에서는 입이 쩍 벌어지고 울분을 토하게 되는데, 심지어는 앞으로 본인들의 노후가 아니라 지금 중장년층이 은퇴한 이후 세상을 떠나시게 될 때까지의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 판이다. 젊은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비정규직이든 알바를 해도, 우리나라보다는 주위 선진국이 낫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알울하지는 않았다. 베이붐 세대의 끝자락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우리시대는 한 반에 60명을 넘기는 콩나물 교실, 2부제 수입, 재수 삼수도 흔했던 대입 등 우리시대만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에 태어나는 세대는 학교가기도 편하고,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편하고, 정말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

1955년부토 1963년 사이에 태어난, 그 유명한 58년 개띠를 비롯한 베이붐세대의 은퇴. 현재 경제활동 인구의 20%를 차지하는데, 이 베이붐세대가 2020년까지 은퇴하게 된다고 한다. 정작 우리나라 부동산 버블을 다 일으켜놓은 세대이기도 한데, 이 분들은 쓸 돈이 없단다. 그간 돈을 벌면 부모세대를 공양하고, 자식들 교육시키고 뒷바라지하는데에 모두 쓰다 보니, 정작 본인의 은퇴이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단다. 그나마 가진 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고, 현금성 유동자산이 없는데다, 남은 여생을 생각하면 계속 돈을 벌어야 하니, 직업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한다. 충분한 돈벌이, 멋있는 돈벌이는 아닐지라도 계속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제2, 제3의 직업을 가져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죽는 날까지 쉬엄쉬엄 살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 

젊은 분들은 KBS 안보고, JTBC 본지 오래되었다고 하던데... 그나마 명견만리에서 다루는 내용은 정치권에서 떠드는 내용들을 앵무새처럼 되내이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의 문제만 반복해서 떠들뿐 명견을 외치기에는 근시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만 열심히 들추어내어 주고 있다고나 할까? 

PD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사회가 깨야 하는 프레임이 몇 개는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장년층과 청년층간의 대립구도로 몰고가는 프레임을 깨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대립하고 있다. 중장년층이 지들 밥그릇만 소중히 하다보니, 청년층이 가져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중장년층은 노인복지랍시고 수혜를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청년층의 실업수당은 막고 있다. 이런 대립구도에서는 어느 한쪽이 맞는지를 따져야 하고, 사회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으니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대응논리가 나오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의 정치권과 언론이 만들어온 프레임이다. 그리고 편이에 의해 어느 한쪽 편에 사탕발림 하듯이 줄을 대어 왔다. 나라에 도둑놈들이 많아 어처구니 없이 강바닥 뒤집고, 지방에 쓰이지도 않을 SoC 공사하는데 쓰여서 그렇지, 도둑놈들 잡아간다면 어린이들 무상급식부터, 청년들에 대한 교육과 일자리 지원, 장년층에 대한 지원까지도 능히 가능하다.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세대간의 갈등으로 투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주제 - 경제 

"한 경제연구소에서 우리나라 2000대 기업의 성장률을 분석했는데, 이들 기업이 올린 총 매출액은 2000년 815조 원에서 2010년 1711조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날 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을까? 156만명에서 161만명으로 겨우 5만명 늘었을 뿐이다. 임금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생산성에 비해 얼마 오르지 않아 임금과 생산성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겉으면 보면, 고용 없는 성장으로 보이고, 이 원인을 자동화로 몰고가 주니 어의상실이다. 인공지능, 통신, 로봇, 3D Printing, VR/AR, Big Data 등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의 exponential growth를 보면서 일반인들은 희망을 보기보다 겁을 먼저 먹는다고 한다. 나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내 자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고... 딱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파고 들어간 듯하다.  고용 없는 성장을 자동화에 기인한 것으로 몰고 갔으니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기업들은 그간 Global Operation에 집중해왔고, 생산은 점점  중국, 동남아, 동유럽 등 현지 소비처에서 가까우면서서 저렴한 가격에 노동력과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졌다. 판매는 더욱 현지화되었고,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 현지인들이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형태로 바뀌었다. 고상히 표현하면 Global Operation이지만, 제조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어느 순간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 것이다. 이 뿐인가? 우리나라 자본주의는 천박하다, 이 천박함을 정치권과 언론이 더 부추기도 했지만... 사람은 필요한데, 고용해서 주는 월급은 물론 퇴직금도 아깝다고 느낀다. 잔머리를 굴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관계를 만들어,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날라오지 않도록 만든다. 일자리야 늘었을 것이다, 업무의 본원적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 스스로가 책임지는 일자리를 줄였을 것이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인력파견업체를 사용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유지의 부담에서 벗어난다. 물론 자동화와 Digitization이 영향을 끼친 바 적지 않겠지만, 문제 자체를 호도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월마트, 뉴밸런스 등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보고, 코닥파크의 사례를 드는 것도 좋다. 이는 기업이 수익만 추구하는 경제적 동물이 아니라, 심지어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기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잘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프레임의 문제라고 본다. 고용없는 성장,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저성장 시대. 이 문제의 진원인이 로봇 등 자동화 탓인가? 이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적어도 재벌 중심의 체계로 손가락을 돌려야 한다. (재벌들이야 아니라고 하겠지만,) 재벌은 주위 생태계에는 적게 주고, 영양분은 많이 뽑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재벌중심의 경제성장은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재벌과 재벌주변의 생태계가 같이 공멸할 수 밖에 없다. 완력을 동원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재벌중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힘있는 중소기업, 강소기업들이 나와야 한다. 미국인들이 Made in America 제품에 프리미엄을 주는 것처럼, 우리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을 챙겨주는 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세번째 주제 - 북한 

김정은이 통치하고 있는 북한은 심히 걱정스럽다. 언제 어떻게 정권이 전복될지, 정권 전복후에는 어떤 이들이 정권을 가져가게 될 것인지 등을 예상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상상하기 싫은 option 중에는 느닷없는 동족간의 전쟁도 포함되어 있고, 어느 날 우방이랍시고 미국 등이 선제타격을 하되 북한의 대응으로 남한도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도 상상하기 싫은 option 중의 하나이다. 통일에 대한 감성적 필요성은 약해지고 있는 반면, 경제적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으니 어느 순간 느닷없이 통일을 맞이하지 않도록 준비는 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만나 발전하고 있는 훈춘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북한의 변화를 설명해주기 위한 chapter로 장마당과 돈주가 얼마나 활성화되었는지, 북한 주요 도시의 아파트도 얼마나 비싼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알지 못하면 예상하고 준비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알면, 더 많은 수를 고려해볼 수 있고, 그나마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간다. 북한과의 문제도 딱 그렇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져야 한다. 과거 공안정국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이 공유되고 있을 것이지만, 이 보다 더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고, 사안에 따라 어떤 쟁점들은 공론화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범인들이 갖는 이해도 높아지고, 통일준비 과정에 있어 우리사회가 취해야 할 action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네번째 주제 - 의료는 빼고 갈란다. 


명견만리 - 제목도 근사하고, 프롤로그에 쓰여있는 것처럼 기획 의도도 좋다. 트렌드 속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힘과 변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고,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해 답을 주고자 함은 아니며 올바른 질문을 던짐으로서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어떤 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인지를 짚어보는 작업은 좋았고, 국내외 정보를 모아보는 것도 좋았는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자체는 문제를 관망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고려시대 말, 많은 평민들이 권문세가에게 땅도 빼앗기고, 자청해서 노비로 들어갔었다고 한다. 쬐끄마한 땅덩이에서 곡식이라도 나오면, 대여섯명의 주인이 나타나 뜯어가기가 일수에 그렇게 빼앗기는 것이 8~9할에 이르러, 정작 땅을 일구던 평민들은 풀칠도 힘들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부 지식인 사이에서 해법을 내놓게 되는데, 1) (당시 권문세족은 산천을 경계로 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땅의 주인을 하나 둘로 줄여서 평민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온건파가 있었고, 2) 모든 땅을 나라에서 몰수한 이후에 백성의 수(입)에 맞춰서 다시 땅을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급진파가 있었다고 한다. 개혁은 필요한데,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되다보면 1)과 같은 주장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고, 소위 백지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2)와 같은 생각에도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명견 만리가 정견장도 아니고, 이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프레임을 그대로 안고 들어와서 혼자서 진보적인척 혼자서 독창적인척 하지 말고, 세상을 보는 다른 프레임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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