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자동차를 만드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질문은 너무나 멋진데, 이 멋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권의 책으로 풀었다고 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 낮아보인다. 제목에 끌려서 책을 사볼까라고 고민하신다면, 굳이 사서 보시지 않아도 되겠다는 충고를 드리고 싶다. :)
저자가 담아놓은 깊은 뜻(?)이 못 알아차렸다고 구박할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줄창 길게길게 늘어쓴 답변이라면, 1) 구글이 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냐면 구글이 이미 벌어놓은 돈이 많아서이다. 궁색할지 모르지만 또 다른 답변을 들자면, 2) 검색 엔진을 통해 광고로 돈을 벌고 있는데, 광고나 S/W가 아닌 H/W도 하고 싶어서이다. 3) 가전제품을 비롯해 점점 우리주변의 모든 공산품들이 Digital화 되고 있는데, 바퀴달린 휴대폰이라 불리는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고, 결국 Android OS도 팔고, 자동차 운전자나 승객에게 광고도 팔고, Contents도 팔기 위해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4) 원래 이상해 보이는 짓도 서슴치 않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뛰어드는 구글이기에 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은 것이다. 미국의 잘나가는 IT업체 CEO들은 탈것에 대한 관심이 크다. 우주왕복선도 만들겠다고 뛰어들고 있는 판에 자동차에 뛰어든다고 해서 무엇이 이상하겠는가? 이 외에도 몇 가지 답변이 더 들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뭐 대단한 insight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저자도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자동차 산업의 전문가는 아니고, 애널리스트로 살아왔던 경험은 있는데, 구글이 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는지 궁금해서 지인들 만나고, 자료 찾으면서 1년 정도 걸려서 쓴 책이라고 한다. 객관적 관점을 견지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바닥을 읽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독후감 정리는 무시하고, 그냥 내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써본다.
고전적인 자동차 산업 이야기는 건너뛰고,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자동차 업계에 크게 일었던 변화의 바람을 들자면, 1)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도를 넘어서 신재생에너지 또는 대체에너지 등 기존의 에너지원에서 탈피한 자동차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예;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이 하나의 트렌드였고, 2) 다품종 소량생산 정도가 아니라,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맞춤형 주문~생산~delivery의 체계를 가져가는 것이 또 하나의 큰 트렌드였다. Mass Customization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수 많은 재고 중에서 고객이 찾는 제품과 유사한 사양/속성의 자동차를 찾아주는 Locate-to-Order부터, 제품의 생산과정에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시켜주는 Build-to-Order에 이르기까지 큰 흐름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와중에 외부환경 측면에서는 Digital Economy의 바람이 불고, 기술적으로는 Exponential하게 발전하던 ICT 기술로 인해 자동차업계는 다시 격류에 휘말리게 된다. 1) 더 이상 자동차를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필요할 때에 사용하는 이동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면서 OEM 완성차 업체들은 이 변화에 직접 뛰어들게도 되었고(예를 들어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 Car Sharing에 뛰어드는 것처럼), 2) 자동차의 전장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Sensor 기술과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좋아지면서, 무인주행내지 자율주행의 가능성이 한참이나 높아져 기존처럼 Mechanical 측면에서 내세우는 강점보다는 점점 Electronical한 측면의 강점이 부각되게 되었다(마치 90년대 들어가면서 Analog TV가 사라지고, 평판TV의 대명사인 LCD TV가 뜨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것과 같은 변혁), 3) 자동차의 Digital화,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의 Digital화가 가속화되면서, 사람이 이동에 사용하는 그 많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최고의 Experience를 제공할 것인지, 즉 자동차를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주유, 음료/식사, 주차 등을 연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동차 안에서 소비하는 contents (예; 음악, 영화, 게임, 자동차의 S/W, map 등)을 중계하거나 판매하는 것, 자동차 안에서 모든 쇼핑을 가능하게 하는 것 등 새로운 매출원이 기존의 자동차 판매보다 훨씬 커지게 되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통적으로 자동차를 만들던 OEM 업체들은 이전에 Feature Phone 열심히 만들다가 고꾸라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나름의 IT Platform을 가져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고, S/W와 IT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구글, Apple과 같은 업체들은 자동차와 자동차 환경에 맞는 Platform을 제공하여 휴대폰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과 같은 변혁을 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테슬라의 사례를 놓고 보건데, 결코 기존의 OEM 업체들이 이길 수 있으리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이런 면에서, 각종 H/W 기술까지를 섭렵해가고 있는 구글이 상당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자동차 업체들은 Embedded S/W는 나름 우수할지 모르겠으나, iOS, Android에 부합하는 Platform을 만든다거나 자동차와 관련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능력면에서는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도 이제는 Contents를 소비하는 하나의 커다란 H/W가 되어가고 있음이 자명해보이고, 이런 면에서 게임은 이미 IT업체들이 앞서가고 있다고 보인다. 30년 후 즈음에는 더이상 도요타라는 회사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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