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디자인
무인양품(MUJI)이라는 브랜드는 '브랜드 없는 브랜드'를 표방한다고 하는데, 심플한 디자인 속에 멋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들 한다. 개인적으로는 10여년 전에 Crowd Sourcing / Open Innovation 때문에 MUJI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일이 있었는데, 나름 빠른 시간내에 잘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달라도 뭔가 다른 것들이 제법 많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MUJI에서 Art Director로 일해오고 있다는 하라 켄야(Kenya Hara)와 그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내놓았던 광고이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사막인지 모를만큼, 아무것도 존재하지는 않을 듯한 곳에 한 사람이 구석에 서 있고, 무인양품이라는 로고만이 작게 위치해있다. (남미 볼리비아의 안데스 산맥 중턱에 위치한 우유니라는 소금 호수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더 튀어 보이겠다고 온갖 색상과 무뉘를 동원하고, 로고도 크게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을 때에, 이렇게 여백의 미 정도가 아니라 텅 빈 광고를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주면서 다른 브랜드들과 비교되면서도, 무지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바로 이 양반이 최근에 쓴 책이 "내일의 디자인"이다. 책을 냅다 사기 전에 평이라도 여럿 찾아 읽었더라면 안 읽었을 수도 있었는데, 이 책의 원제목은 "일본의 디자인"이라고 한다. 부제로는 '미의식이 만드는 미래'가 붙어 있지만, 원제목처럼 철저하게 일본인의 시각에서 내용이 쓰여졌다.
관광객이라고 가정하고 일본을 떠올려보거나, 매장에서 쇼핑을 할 때에 일본제품을 놓고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하라 켄야는 섬세, 정성, 치밀, 간결을 이야기한다.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이미지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찍어내고 있는 듯 하다. 이런 특징이 제품에 녹아들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의 막바지 시점에 일본은 전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기름 많이 먹는 대형차가 아니라 연비가 좋고 잔고장이 적은 일본차, TV를 비롯한 온갖 가전제품,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라디오 역할을 훌륭히 해낸 워크맨, 문방구의 샤프(mechanical pencil), 볼펜에 이르기까지 일제(=일본제품)라고 하면 일단 먹고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부터 IT가 제품에 융합되어 아날로그 제품이 뒤안길에 접어들면서,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은 뒤쳐지기 시작했으며, 경제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히어 10~20년의 장기침체에 빠지고, 2011년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일본의 국운은 여기서 끝나나 보다 싶었다. 하라 켄야는 아마도 좌절에 빠져 있는 일본 국민들과 기업들에게 힘을 북돋을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은 2009년 9월부터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으고 다듬어서 낸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급속히 따라잡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해답도 서로 비슷하게 내 놓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문화', '문화'를 담는다면 세계속에 통할 것이라고 하라 켄야도 생각한다.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 좋아 보이고, 호기심이 간다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널리 알려져있고, 이미지도 좋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보다 우리의 처지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하라 켄야는 스스로를 그래픽 디자인의 노하우를 가진 디자이너이기는 하지만, 제품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건의 창조에 관여해 왔으며, 이벤트, 전람회, 브랜드 구축 등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미지나 가치관을 새겨나가는 작업을 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일본의 문화를 담아 세계속에 일본제품/상품을 알리든지, 일본의 문화를 업그레인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분야는 다음과 같다.
1장. 이동 - 디자인의 플랫폼
- 유럽식의 날렵한 모습이 아닌 그저 타기 좋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박스 같은 자동차가 일본 자동차의 매력이라는 것
- 미래에는 자동차가 자율주행도 해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 자체가 드라이브에서 이동으로 변화할 것이고, 이동하는 공간 내에서의 정보수단, 거주성, 오락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
- JAPAN CAR 전시회 출품차의 모양 중 Tanto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는데, 소형차이기는 한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실내 공간이 넓고, 프레임 구조가 다른지 자리에 올라타기에 시원한 느낌.
3장. 집 - 살림살이의 세련
- 일인 가족화의 트렌드를 받아들여 개개인의 취미와 욕구를 반영한 집. 예를 들어, 방 하나 밖에 없는 집이라 하더라도, 목욕 좋아하면 욕실을 집안 가운데에 놓을 수도 있고, 피아노 연주 좋아하면 피아노를 가운데에 놓고 방음에 신경써주고, 요리를 좋아하면 키친을 고급화하고 대형화함으로써 천편일률적인 집, 공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음
- 이렇게 집을 리모델링하도록 해야, 돈 많은 중장년들이 돈을 써서 내수경제를 받쳐줄 수 있다는 생각, 이렇게 집, 거주단지를 조성, 관리하는 역량을 중국에 팔자는 의도를 갖고 있음
4장. 관광 - 문화의 유전자
- 호텔보다 비싼 가격을 내면서도 체험하고 싶어하는 료칸.
- 료칸의 컨셉을 담아 세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을 정복하는 이미지가 아니라(예; 사파리에 하얀 테이블을 깔고 현지인들이 하얀 제복을 입고 정찬을 서빙하는 모습, 또는 자연속에 콘크리트로 크고 웅장한 건물 지어 올려서 자연과 부조화를 이루는 모습) 자연에 녹아들아가 있되 생활하는데 있어서는 더 없는 편리함을 주자는 컨셉
5장. 미래소재 - 사건의 디자인
- 일반 섬유나 의류 생산에서는 손을 뗀지 오래지만, 의류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일본이 자랑할만한 고기능 섬유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자랑하고 싶어 함.
6장. 미래사회의 디자인
- 저자가 연재기사를 써 나가던 끝 무렵에 일본에 닥친 쓰나미와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가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 방파제를 다시 높게 쌓고, 허물어진 집을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방파제는 적절히 포기하고, 높은 지대를 조성해서 그 위에 집을 짓고, 젊은이들이 찾아올만큼 분위기를 바꾸어 놓고, 농사를 했다면 농사품목을 바꾸는 것과 같이 복구, 복원이 아닌 재난이 준 파괴를 이용하여 아예 새로이 미래를 디자인하자는 의견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주택 디자인, 사고후의 복구 과정을 통해 일본사람들의 삶, 행복을 한 단계 올려주고 싶었고, 저력을 갖춘 일본 산업의 기술을 전시회를 통해 해외에 알리고 싶어했던 고민과 흔적이 느껴졌다. 내용은 달라지겠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의 보편성이 느껴지고,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서양인의 눈으로 보면 비슷해보일 수 있으니 동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만의 컬러라면 무엇이 있을까? 일본은 섬세, 정성, 치밀, 간결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컬러는 무엇일까? 정(情), 속도, 끈기, 신명(신바람) 이런 것 아닐까? 얼추보아도 일본인의 그것과는 차이가 제법 난다. 음식상 하나를 보아도 정이 넘쳐나듯이 풍성하고 (예쁘장한 그릇에 한 점 올려놓은 일본의 음식과는 차이가 크다), 형식상으로는 욕이지만 듣기에는 따뜻하기만 한 인사말 (허리를 90도 꺾어 공손함과 예의를 표현하는 것과도 차이가 크다)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문화, 전통을 바탕으로, 내일을 위해 무엇을 디자인하고, 무엇을 세계에 널리 알릴까? 어떤 제품, 서비스에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늘인지 바다인지 사막인지 모를만큼, 아무것도 존재하지는 않을 듯한 곳에 한 사람이 구석에 서 있고, 무인양품이라는 로고만이 작게 위치해있다. (남미 볼리비아의 안데스 산맥 중턱에 위치한 우유니라는 소금 호수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더 튀어 보이겠다고 온갖 색상과 무뉘를 동원하고, 로고도 크게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을 때에, 이렇게 여백의 미 정도가 아니라 텅 빈 광고를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주면서 다른 브랜드들과 비교되면서도, 무지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바로 이 양반이 최근에 쓴 책이 "내일의 디자인"이다. 책을 냅다 사기 전에 평이라도 여럿 찾아 읽었더라면 안 읽었을 수도 있었는데, 이 책의 원제목은 "일본의 디자인"이라고 한다. 부제로는 '미의식이 만드는 미래'가 붙어 있지만, 원제목처럼 철저하게 일본인의 시각에서 내용이 쓰여졌다.
관광객이라고 가정하고 일본을 떠올려보거나, 매장에서 쇼핑을 할 때에 일본제품을 놓고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하라 켄야는 섬세, 정성, 치밀, 간결을 이야기한다.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이미지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찍어내고 있는 듯 하다. 이런 특징이 제품에 녹아들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의 막바지 시점에 일본은 전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기름 많이 먹는 대형차가 아니라 연비가 좋고 잔고장이 적은 일본차, TV를 비롯한 온갖 가전제품,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라디오 역할을 훌륭히 해낸 워크맨, 문방구의 샤프(mechanical pencil), 볼펜에 이르기까지 일제(=일본제품)라고 하면 일단 먹고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부터 IT가 제품에 융합되어 아날로그 제품이 뒤안길에 접어들면서,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은 뒤쳐지기 시작했으며, 경제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히어 10~20년의 장기침체에 빠지고, 2011년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일본의 국운은 여기서 끝나나 보다 싶었다. 하라 켄야는 아마도 좌절에 빠져 있는 일본 국민들과 기업들에게 힘을 북돋을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은 2009년 9월부터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으고 다듬어서 낸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급속히 따라잡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해답도 서로 비슷하게 내 놓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문화', '문화'를 담는다면 세계속에 통할 것이라고 하라 켄야도 생각한다.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 좋아 보이고, 호기심이 간다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널리 알려져있고, 이미지도 좋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보다 우리의 처지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하라 켄야는 스스로를 그래픽 디자인의 노하우를 가진 디자이너이기는 하지만, 제품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건의 창조에 관여해 왔으며, 이벤트, 전람회, 브랜드 구축 등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미지나 가치관을 새겨나가는 작업을 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일본의 문화를 담아 세계속에 일본제품/상품을 알리든지, 일본의 문화를 업그레인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분야는 다음과 같다.
1장. 이동 - 디자인의 플랫폼
- 유럽식의 날렵한 모습이 아닌 그저 타기 좋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박스 같은 자동차가 일본 자동차의 매력이라는 것
- 미래에는 자동차가 자율주행도 해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 자체가 드라이브에서 이동으로 변화할 것이고, 이동하는 공간 내에서의 정보수단, 거주성, 오락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
- JAPAN CAR 전시회 출품차의 모양 중 Tanto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는데, 소형차이기는 한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실내 공간이 넓고, 프레임 구조가 다른지 자리에 올라타기에 시원한 느낌.
Daihatsu Tanto (source: www.magnetimarelli.com) |
Daihatsu Tanto (source: www.marklines.com) |
3장. 집 - 살림살이의 세련
- 일인 가족화의 트렌드를 받아들여 개개인의 취미와 욕구를 반영한 집. 예를 들어, 방 하나 밖에 없는 집이라 하더라도, 목욕 좋아하면 욕실을 집안 가운데에 놓을 수도 있고, 피아노 연주 좋아하면 피아노를 가운데에 놓고 방음에 신경써주고, 요리를 좋아하면 키친을 고급화하고 대형화함으로써 천편일률적인 집, 공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음
- 이렇게 집을 리모델링하도록 해야, 돈 많은 중장년들이 돈을 써서 내수경제를 받쳐줄 수 있다는 생각, 이렇게 집, 거주단지를 조성, 관리하는 역량을 중국에 팔자는 의도를 갖고 있음
4장. 관광 - 문화의 유전자
- 호텔보다 비싼 가격을 내면서도 체험하고 싶어하는 료칸.
- 료칸의 컨셉을 담아 세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을 정복하는 이미지가 아니라(예; 사파리에 하얀 테이블을 깔고 현지인들이 하얀 제복을 입고 정찬을 서빙하는 모습, 또는 자연속에 콘크리트로 크고 웅장한 건물 지어 올려서 자연과 부조화를 이루는 모습) 자연에 녹아들아가 있되 생활하는데 있어서는 더 없는 편리함을 주자는 컨셉
source: kashiwaya.org |
미국 유타주의 Amangiri 리조트(source: stylechosun.co.kr) |
발리의 Aman 리조트 (source: jsontravel.co.kr) |
5장. 미래소재 - 사건의 디자인
- 일반 섬유나 의류 생산에서는 손을 뗀지 오래지만, 의류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일본이 자랑할만한 고기능 섬유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자랑하고 싶어 함.
source: www.designboom.com |
6장. 미래사회의 디자인
- 저자가 연재기사를 써 나가던 끝 무렵에 일본에 닥친 쓰나미와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가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
- 방파제를 다시 높게 쌓고, 허물어진 집을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방파제는 적절히 포기하고, 높은 지대를 조성해서 그 위에 집을 짓고, 젊은이들이 찾아올만큼 분위기를 바꾸어 놓고, 농사를 했다면 농사품목을 바꾸는 것과 같이 복구, 복원이 아닌 재난이 준 파괴를 이용하여 아예 새로이 미래를 디자인하자는 의견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주택 디자인, 사고후의 복구 과정을 통해 일본사람들의 삶, 행복을 한 단계 올려주고 싶었고, 저력을 갖춘 일본 산업의 기술을 전시회를 통해 해외에 알리고 싶어했던 고민과 흔적이 느껴졌다. 내용은 달라지겠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의 보편성이 느껴지고,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서양인의 눈으로 보면 비슷해보일 수 있으니 동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만의 컬러라면 무엇이 있을까? 일본은 섬세, 정성, 치밀, 간결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컬러는 무엇일까? 정(情), 속도, 끈기, 신명(신바람) 이런 것 아닐까? 얼추보아도 일본인의 그것과는 차이가 제법 난다. 음식상 하나를 보아도 정이 넘쳐나듯이 풍성하고 (예쁘장한 그릇에 한 점 올려놓은 일본의 음식과는 차이가 크다), 형식상으로는 욕이지만 듣기에는 따뜻하기만 한 인사말 (허리를 90도 꺾어 공손함과 예의를 표현하는 것과도 차이가 크다)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문화, 전통을 바탕으로, 내일을 위해 무엇을 디자인하고, 무엇을 세계에 널리 알릴까? 어떤 제품, 서비스에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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