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사용법
우리가 열받을 때 하거나, 듣는 말 중에, 머리가 비었다, 머리는 장식품이 아니라는 둥, 머리는 왜 가지고 다니냐는 둥 등의 말이 있다. 쓰고 보니, 듣는 사람을 정말 열 받게 만들고,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 말들이다. 헐~
직업이 카피라이터라고 하는 작가가 쓴 이 책은 Ver 2.0 이라는 표시가 표지에 나와있다. 음, Ver 1.0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Ver 2.0까지 나왔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거나, 재미 있거나 하다는 작은 증거가 아닐까라는 마음에, 여행길에 가져가서 차안에서 가볍게 읽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이라고는 하는데, 글밥은 별로 없고, 그림이 많다. 아이들 동화책 중에서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정도의 수준으로 글은 별로 없다. 카피라이터라고 하시니,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에 그 잔상이 남고, 가슴이 뛰게 만드는 그런 대목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었고, 다만 중간중간에 잠시 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는 있었다. 책 내용도 생각해보고, 피곤한 눈도 좀 부칠겸 해서.... ^^
진정성이 팍팍 느껴지는 분이 툭툭 한 마디 던진다면, 주변에서 듣는 사람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고개를 떨굴 것 같은데, 그림과 활자는 살아있다기 보다는 죽어있는, 그러니까 박제된 그런 느낌이 있어서, 진한 감동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평소 존경하는 분들이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바른 소리를 하는 분들을 떠올리면서, 이 분들이 저녁자리에서 술 한잔 주시면서 해주시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들으면 좋겠다 싶다.
사람에 따라 소위 필을 받는 대목이나 강도는 다르겠지만, 몇 가지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된다."
"빨주노초파남보를 확인하려 하는 사람은 무지개를 보지 못한다.
도레미파솔라시를 구분하려 하는 사람은 음악에 빠지지 못한다.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우려고 하는 사람은 역사를 만나지 못한다."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썪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동태에게 명태 시절의 기억을 물으면 한마디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동태의 머리를 툭툭 치며 한심하다고 야단치지 마라. 기억을 되살려 준다며 동해로 질질 끌고 가지도 마라.
동태는 기억이 안 나서 대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입이 얼어서 대답을 못하는 거니까, 말 없는 사람을 만나면 혹시 내가 그의 입을 얼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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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책상에 앉아 읽기 보다는, 여행길에 뭔가 한권 가져가고 싶을 때에, 침대 옆에 두고 잠자기 전에 10여 페이지 뒤적이며 읽거나 아무 페이지나 펴고 읽어보거나, 아니면 출퇴근 길이 길지 않다면 오가는 길에 읽거나 하기에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엄청난 것을 기대하지도 말 것이며, 치매를 예방한다거나, 머리가 좋아지게 만드는 퀴즈나 놀이가 들어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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