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15의 게시물 표시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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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보니,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책은 2학기의 늦여름 첫 강의를 시작으로, 눈내리는 겨울 마지막 강의와 함께 한 해를 보내는 것과 사못 비슷한 분위기이다. 실제 강의내용을 녹취한 후에, 그 내용을 다듬었다고 하시는데, 그래서인지 눈 앞에서 찬찬한 목소리로 강의를 하시는 듯한 느낌이 절로 난다.  책은 크게 2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파트에서는, 중국 역사 흐름의 순서를 따라 주역을 시작으로 유명한 고전의 개괄과 함께 특정 내용을 뽑아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으며, 두번째 파트는 신영복 선생님께서 수형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시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라는 것의 대상은 세상(세계 인식)과 사람(자기 성찰)이라고 하셨는데, 첫번째 파트가 세상을 향해 있다면, 두번째 파트는 사람을 향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강의 내용을 따라 읽어가다보니,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고 진작에 한번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고전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겨버렸다.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한자를 읽고, 써볼 기회가 없다 보니, 본듯한 글자인데 의미나 그 독음이 기억나지 않는 글자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고전을 찬찬히 음미해보는 시간도 갖고, 한자 공부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이 생긴다. 주옥같은 내용과 해설이 많고, 정독을 한다고는 했지만,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어려운 부분들도 있고, (머리에 담아본다고 했지만 가슴으로 이어지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채 망막속에 활자를 찍어대다보니) 금새 잊어버린 내용들도 많아, 다음 달에 다시 재수강해야겠다는(=찬찬히 다시 읽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형광펜으로 그어 놓은 구절을 다시 찾아가보니 너무나 많아, 감히 몇 개를 고를 수조차 없다. 그만큼 선생님의 말씀이 느낌, 울림을 많이 주었다. 사실 두번째 파트는 선생님의 이야기, 옥살이에서 만난 감방동

Enchanted Objects : Design, Human Desire, and the Internet of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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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Internet of Things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여느 IoT 책들과는 그 접근 방법이나 내용이 사못 다르다. 제목의 첫 글자 Enchanted ! (사전을 찾아보면, 매혹된(매혹적인), 마법에 걸린 등이 뜻이란다.) 바로 여기에 저자가 꿈꾸는 IoT가 모두 담겨져있다. 아직도 휴대폰, Table PC, 차량 Navigator, Smart TV, 온도조절기 등을 비롯해서 PC를 한없이 작게 만들어놓은 듯한 Device가 널리 퍼지고 사용되는 것을 Internet of Things 라고 생각하거나, 어떤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이는 모든 것들에 센서, 통신기능 및 컴퓨팅 파워를 탑재시켜놓는 것을 Internet of Things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는데, 저자는 이런 시각을 철저히 부정한다. 저자의 관심은 개인, 가정과 같은 소비자쪽에 있으며, 앞으로 각광받게 될  IoT시대의 Object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그 무엇이라라고 보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어느나라 어느민족을 보더라도, 구전되는 전설, 동화, 노래와 같은 것 속에는 공통적으로 나타는 신비한 것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것들 속에 인간의 본질적 욕구가 투영되어 있으며, 앞으로 각광받게 될 Object는 이런 욕구를 투영한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화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마시면 젊어지거나 나이를 먹지 않게 해주는 샘, 하늘을 나르는 융탄자, 동물과 사람이 의사소통을 하는 것, 먼 곳에서 또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볼 수 있게 해주는 구슬, 하루에 천리 만리를 달려가는 말,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쁜지 이야기를 해주는 거울, 돈을 쓰고 또 써도 계속 돈이 채워지는 신비한 지갑 등이 그런 것들이다. 바로 이런 것들안에 인간의 욕구가 숨겨져 있고, IoT 시대의 Object들은 이런 것을 지향해야 개인과 소비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로만 장황하게 이론을 떠드

내 머리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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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열받을 때 하거나, 듣는 말 중에, 머리가 비었다, 머리는 장식품이 아니라는 둥, 머리는 왜 가지고 다니냐는 둥 등의 말이 있다. 쓰고 보니, 듣는 사람을 정말 열 받게 만들고,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 말들이다. 헐~  직업이 카피라이터라고 하는 작가가 쓴 이 책은 Ver 2.0 이라는 표시가 표지에 나와있다. 음, Ver 1.0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Ver 2.0까지 나왔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거나, 재미 있거나 하다는 작은 증거가 아닐까라는 마음에, 여행길에 가져가서 차안에서 가볍게 읽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이라고는 하는데, 글밥은 별로 없고, 그림이 많다. 아이들 동화책 중에서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정도의 수준으로 글은 별로 없다. 카피라이터라고 하시니,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에 그 잔상이 남고, 가슴이 뛰게 만드는 그런 대목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었고, 다만 중간중간에 잠시 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는 있었다. 책 내용도 생각해보고, 피곤한 눈도 좀 부칠겸 해서.... ^^ 진정성이 팍팍 느껴지는 분이 툭툭 한 마디 던진다면, 주변에서 듣는 사람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고개를 떨굴 것 같은데, 그림과 활자는 살아있다기 보다는 죽어있는, 그러니까 박제된 그런 느낌이 있어서, 진한 감동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평소 존경하는 분들이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바른 소리를 하는 분들을 떠올리면서, 이 분들이 저녁자리에서 술 한잔 주시면서 해주시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들으면 좋겠다 싶다. 사람에 따라 소위 필을 받는 대목이나 강도는 다르겠지만, 몇 가지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나 가 모이면 우리 가 되는 게 아니라, 나 를 버려야 우리 가 된다." " 빨주노초파남보 를 확인하려 하는 사람은 무지개를 보지 못한다.   도레미파솔라시 를 구분하려 하는 사람은 음악에 빠지지 못한다.   태정태세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