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세상

요즘 이 바닥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로, '빅데이터' 를 남발하는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농후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아무데나 빅데이터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수십줄도 안될 것 같은 데이터라 종이위에 동전을 놓던, 엑셀로 막대그래프 하나 그리면 될 일을 놓고도, 빅데이터를 연발하는 TV 기자(새끼)도 있었다. 기대와 관심을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겠지만, 이 정도라면 과장이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이런 실정을 알면서도, 또 맨날 울거먹는 이야기들이 재탕에 삼탕을 해서 나올 것임을 알면서도 또 이런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밥벌이를 위한 내 직업과 관련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진짜 빅데이터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그 날이 오게 되면, 진짜 빅데이터를 하는 전문가들이 나타나서, 사기꾼들을 응징하여 쪽팔려 입을 다물게 하리라...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인데, 아직도 좀 멀었나 보다.

책을 사면서 엄청난 기대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 교수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하기는 했다고 하지만, 또 그나마 신문들중에 볼만하다는 매경의 기자들이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이 양반들이 엄청나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면, 이는 내가 제대로 공부를 하면서 세상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사람의 생각보다 여러사람의 생각이 낫다고, 각 영역별로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책 한권을 통해 훓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표지부터 어디에서 베낀 흔적이 역력하지만 표지 갖고 시비를 걸지는 않으련다. 그럼에도, 역시나 책을 펼쳐서 후다닥 1장, 그 첫 페이지부터 읽기를 거북하게 만드는 잘못된 오역내지는 기자의 이해부족이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쓱쓱 읽혀가는 이유는, 어려운 내용이 별로 없으며, 책을 덮고 생각해가며 읽어야 할 부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갖는 장점이라면,

1) 인터뷰 형식으로 참여한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좋았다. 정말 짧은 대화이지만, 이 양반들이 오랜시간 마음속으로 정리해온 것들이 몇 줄로 압축되어 들어있는데, 역시 고수는 고수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2) 기고 형식으로 참여한 대학 교수들의 글들에 담겨 있는 내용중 좋은 것들이 제법 있었다. 어느 책이나 기사를 보더라도 재탕, 삼탕되는 이미 유명함을 넘어 진부해진 사례들을 또 다루는 (예상된) 글들도 있었으나, 본인의 전공영역에 맞추어 베끼기가 아닌 본인의 생각을 담은 연구 경과를 담은 글들이 있어서 좋았다. 바로 이런 움직임에서 빅데이터가 꽃피워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외에 중간중간 기자들이 써내려간 글도 많으나,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그닥 새로움이 없는터라 논외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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