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ad Key
지난 2월에 Amazon에서 Kindle First 책 중에서 2권을 공짜로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서, 덥썩 물은 책이다. 공짜로 얻은 것은 애착이 덜 가는 법이기는 한데, 다운로드만 해놓고 썪히기에는 아까와서 읽기 시작했다. 무려 76개에 이르는 Chapter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 Chapter 읽다가 중간에 지쳐 졸거나 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굳이 이 책의 장르를 분류하자면, 추리소설 정도~ 책 표지에 열쇠사진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제목이기도 한 Dead Key의 의미는 책을 한 절반쯤 읽어줘야 알 수 있다.
소설 내용을 쬐끔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First Bank of Cleveland라는 은행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사건이 전개되는 1978년과 20년이 흐른 1998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은행에는 개인금고가 있는데, 소유한 개인이 죽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금고유지비용을 내지 않으면, 5년 후에는 금고를 열 수 있고, 금고내에 보관된 귀중품들은 경매로 넘겨지고, 매각대금은 주(소설에서는 오하오주)로 귀속된다고 한다. 이 은행의 고위경영진들은 이렇게 주인이 없어진 금고내의 귀중품을 빼돌리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뒤늦게 금고의 주인이 나타나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개인금고는 소유주를 제외하면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하는데, 열쇠를 분실하거나 하면 어쩔 수 없이 드릴로 금고를 해체하야 하는데,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터라, 은행에서는 고객 몰래 소위 마스터키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 마스터키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Dead Key이다.
(1978년으로 떠나보자) 은행 경영진은 시의 도시개발을 지원하면서, 부동산을 고가에 시에 매각하고, 개발비를 채권매입형태로 지원하면서 돈을 챙기다가, 시를 압박해서 파산으로 몰고 간다. 이러한 은행 경영진의 비리를 알게 된 젊은, 아니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여직원은 이러한 경영진을 FBI에 고발해보기도 하지만, 도리어 FBI는 증거품인 금괴를 꿀꺽하고, 사건을 덮어버린다. 분노한 여직원은 경영진을 물먹일 요량으로, 마스터키와 은행의 금고키를 빼돌린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중에 여직원의 친구이기도 한 여자주인공이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되고, 가출한 자신을 받아준 이모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은행 경영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1998년으로 떠나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설계사무소에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자 주인공은 잡다구리한 일만 하면서, 전공을 살려볼 기회를 찾는다. 그러던 와중에 파산으로 문을 닿은 은행의 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각 층의 Layout를 그리는 일을 맡게 된다. 갑작스러운 파산과 함께, 내부 직원들이 은행에 들어와 자신의 소유물을 가져가는 것조차 막았던터라, 마치 Time Capsule 처럼 2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에서 혼자서 일을 하게 된다. 버려진 건물안에서 일을 하다가 옛날 직원들이 남긴 노트, 사물을 살펴가다가, 주인공은 20년전에 벌어진 일들에 점점 더 가까이 가게 된다. 그러다가, 은행 안에서 20년전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도 은행 안에는 이전 은행 경영진들이 빼돌린 엄청난 규모의 돈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주인공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흥미를 팍팍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는 정말 잘 고른 것 같다. 영화에서나 가끔 보았지만, 은행 개인대여금고는 무지 신비한 느낌이다. 영화속에서는 진귀한 보석, 현찰 무더기, 여권, 총 등이 단골로 나왔지만, 무척 소중한 것, 다른 사람들에게 감추고 싶으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보관하는 곳이니 말이다. 그리고, 금융자본가나 그 밑에서 일하는 충견들은 하수구의 물 만큼도 못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들 생각하는 세상이니 만큼, 이들을 범죄인으로 몰아가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개인대여금고에서 귀중품을 빼돌리다~ 생각만 해도, 그럴싸하다. 공간적 배경을 은행으로 삼고, 20년 전과 현재가 서로 만날듯 안만날듯 하면서 전개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엮어가는 것도 신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는 큰 단점이 있는데, 전반부에서 중반부내지 후반부의 초기에 이르는 과정에 너무 밋밋하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후반의 몇 개 Chapter를 남겨놓고, 모든 것을 다 터뜨려버리는데... 그렇다고, 아주 궁금하던 것이 해소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안나오던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 같지는 않다. 후반부에서 한 방에 정리하기에는 앞에서 쫄깃쫄깃하게 긴장감을 끌고 오거나, 누가 범인일까 등을 궁금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에 계속 긴장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다시 생각지 못한 긴장과 문제를 일으켜가다가 마지막에 정리하는 포맷에 너무 익숙해져 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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