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이 책은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렇게 두 분의 연설문 준비과정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좋은 연설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지만, 두 분의 대통령이 연설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당신들이 생각하고 고민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고생하셨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돌이켜보니, 대통령 연설이 있더라도 뉴스를 통해 전달된 또는 해석된 내용을 보았지, 대부분 전문을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 그 전문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은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40여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실제 (발췌된) 연설문과 그 연설문의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다루고 있는터라, 때로는 뭉클한 감동, 때로은 웃음을 짓게 만든다. 연설문을 비롯하여 어떤 글과 말이라도, 포장보다는 그 알맹이, 특히 그 진실함이 생명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군부독재를 향해 민주주의를 외쳤고,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물꼬를 트신 분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문과 조작하에 쓰러져간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길을 걷다, 지역주의, 부정부패, 권력독점을 타파하여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이렇게 이 두 분에게는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그 무엇이 있다. 나는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바,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1-2줄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연설문이지만, 그 내용은 연설문에 국한되지 않으며, 우리의 대화하기, 회의하기, 글쓰기, 책읽기, 생각하기 등 모든 영역에 공통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분들께는 일독을 권한다.

가슴 뭉클하고, 웃음을 짓게 하는 몇 부분을 발췌해본다.

"결코 굽히지 않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살아 있는 영혼이 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증거를 보여줘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낙선 연설)

"1980년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데, 우리 아내가 '김대중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 뜻에 따르겠다'고 해서 어찌나 섭섭했는지 몰라요." (2000년 1월 MBC 21세기 위원회 방송)

"호주산 철광석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자동차들이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2006년 12월 호주 방문시 수입확대를 요구하며)

"100여 년 전 제물포 개항이 제국주의 세력의 강압에 의한 치욕이었다면, 오늘의 인천공항 개항은 세계를 향해 의지와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는 자주 대한민국의 영광이 될 것입니다"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식 축사)

정말 두 분은 국민을 사랑하고, 때로는 가슴을 뛰게하고, 어려운 이야기도 부드럽게 전달하며,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면서도 본인의 철학을 담아 우리에게 전달하셨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대통령의 글쓰기


'납기는 생명이고, 품질은 자존심이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속칭 장표를 준비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상대를 설득하거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영원한 숙제. 두 분의 연설문 준비를 참고한다면, 발표자료 준비와 발표도 한결 나아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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