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에 감자 구워먹기, 모래시계 장면 떠올려보기

여기 San Diego는 미국내에서도 따뜻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인데요, 지난 연말에 놀러다니면서 난방이 잘 되는 호텔에서 지내다가, 난방이 안되는 집에 돌아오니 한기가 팍팍 느껴지네요. 게다가 이번 주말에 기온이 조금 더 떨어진 것 같네요.

2015년1월4일(일)부터 일주일간의 날씨 예보

아침 최저기온이 9도, 낮 최고기온이 20도니까, 춥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이겠지만, 희한하게도 햇볕 밑에 나가 있으면 따뜻하고, 그늘진 집안에 들어오면 춥습니다. 옷을 껴입고, 전기전열기 옆에 붙어있는 안사람과 아이들 보기가 그래서, 벽난로를 때보기로 했습니다.

신문지와 각종 찌라시를 돌돌 말아서 불쏘시개 삼아 불을 붙여 봅니다. 이런 된장~ 불이 안붙네요. 안사람은 아마 습기를 많이 먹어서 불이 안붙는 것 같다고 하고, 아이들은 호기심에 구경하다가 재미없는지 전기전열기 옆으로 돌아갑니다.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본다고 계속 불을 붙여 보는데 진짜진짜 불이 붙을 생각을 안하기에...  이 장작들 빼놓고, 가게에서 장작 사다 다시 때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기 되었는데요, 아뿔싸~ 이런 된장~ 벽난로 안의 장작은 모양만 장작이고, 시멘트 같은 것으로 만든거더라구요. 집안 식구들 그 누구도 반년 동안 이게 나무가 아닐 것이라고 의심한 사람이 없었는데... 어의 상실입니다.

무뉘만 나무


후다닥 동네 마트에 가서 장작을 사오겠다고 벼르는 아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작년말에는 Vons나 Ralph 앞에 엄청나게 쌓아놓은 장작을 보았는데, 최근에는 본 기억이 없네요. 크리스마스 때만 쨍하고 팔고, 그리고는 안파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일단 Vons로 가봅니다. 밖을 휘 둘러보는데 안 보이기에, 점원에게 firewood는 없냐고 물었더니, 밖에 좀 있을 거라고 하네요, 그래서 다시 휘이휘이 살펴보다가 네 묶음 정도 남은 것을 발견하고, 일단 한 묶음만 사옵니다.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와서리, 바로 불을 때 보는데, 한 방에 불이 붙네요. 아, 이런데도 나무랑 나무 비슷한 거랑 구분을 못하다니...

진짜 나무는 역시 잘 타네요~


연기가 집안에 차면 어떻하나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벽난로 쪽의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져나가네요. 집안이 따뜻해질 정도는 아니고, 벽난로 근처는 따뜻하고요, 아무래도 공기를 덥혀주는데에 있어서는 전기전열기보다 나아보입니다.

옛날에 그러니까 1995년에 SBS의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떠오릅니다. 최민수가 고현정을 구해내고, 둘이 눈쌓인 겨울에 저 벽난로 옆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나누고, 나중에 최민수는 잡혀가고 사형을 당하게 되지요. 고현정은 최민수의 유골을 눈쌓인 산에서 뿌리고요~ (모래시계2가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글고보니 안나왔네요.) 얼마나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을 거부하면서, 남긴 최민수의 소감문을 신문기사로 보면서 눈치안보고 할말을 하는 멋진 연예인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전에 모래시계에서는 깡패로 등장했지만, 검사 박상원보다 훨씬 멋진 모습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토토가'를 YouTube로 보면서도 뭉클했는데...


모래시계의 벽난로 장면(출처: SBS)

일단 잘 타고 있는 장작을 보면서, 낭만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옵니다. 음, 저 불을 어떻게 이용하나... 그래서 고구마, 감자를 은박지에 싸서 구워먹기로 합니다. 이런 고구마가 없네요, 그래서 일단 작은 감자를 골라서 은박지에 싸고, 불속에 투하해봅니다. 잘 익어주어야 할텐데...


은박지에 싼 감자가 익어가네요~

샌디에고는 겨울에도 따뜻한 것은 맞는데요, 햇볕이 잘 드는 집이어야 겨울에도 내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애들 학교 학군부터 챙기고, 조용한 동네 챙기고, 월세 수준 챙기고 해서 고르면서, 한 여름에 햇볕이 안드는 이 집이 마음에 들었건만, 겨울이 되니 햇볕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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