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 1/3 - 가는길

Thanksgiving Day를 맞아, 아이들 학교가 일주일간 쉬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을 틈타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첫번째 목적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다는 Sequoia National Park입니다. 11월22일 토요일 후다닥 아침을 챙겨먹고, 출발합니다.


집에서 Sequoia National Park까지는 346마일이 넘는 거리인터라, 일단 LA에 들려서 제대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영어는 쓰여 있지도 않은 한국어 간판이 그득한 동네에 도착했더니 아이들이 환호합니다. 100만년만에 맛보는 육개장을 섭취하고, 아이들은 떡만두국과 돈까스를 맛있게 먹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커피를 찾다가, 근처 제과점에서 커피를 한 잔 들고 나와서 길을 걷다가, 과일가게를 발견하고 바나나를 한 무더기 사서는 얼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앗, 잘못 들었나? 다시 물어봅니다. 허걱 한 무더기에 $1 라고 합니다. 한국음식도 San Diego보다 확실히 저렴했는데, 바나나도 이렇게 저렴하다니... 감동입니다.

대도시라 길에 주차해놓은 차들도 많고요, 경적소리도 끊이지 않습니다. 비보호 좌회전을 몇 차례 거쳐서 LA를 빠져나옵니다. 한적한 도로를 한 없이 달려줍니다. 길이 워낙 만만해보이니, 안사람이 2시간 정도 운전해주겠다고 하네요. 옆 자리에 앉아서 창밖 풍경을 보고 있자니, 포도밭도 엄청나게 많고요, 가뭄이 심해서인지 물이 없으면, 농사도 못하고, 일자리도 없다고 써 놓은 것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목적지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99번 도로를 타다가, 180번으로 갈아타기만 하면 되는데, (제가 조는 사이에) 와이프가 180번으로 갈아타는 것을 놓치고 하염없이 달리다보니 본의 아니게 Fresno 근처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놀다말고 긴장합니다. 운전교체~

오후 5시면 해가 지는터라, 산속에서 헤매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리고 달리다보니, 드디어 저 멀리 Sequoia National Park가 구름속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Sequoia National Park내에는 주유소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가는 길에 일단 기름을 만땅으로 채우고 달려줍니다.   해발 2000 피트, 3000 피트, 4000 피트 등의 표지판을 보면서, 또 귀가 멍멍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점점 산 높이 올라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 그런데 너무 짜릿짜릿합니다. 길은 꼬불꼬불한데, 길 옆은 낭떠러지입니다. 게다가 가드레일 같은 것도 없습니다. 시속 30마일 정도로 가주다가 그 보다 속도를 낮추어주기도 하는데, Disney Land에도 놀이기구 타는 느낌입니다. 확 떨어지기 전에 슬금슬금 올라가는 그 공포감과 비슷한 쫄깃함입니다. 지금은 편안하게 쓰지만, 운전하면서 올라갈 때에는 스릴을 넘어서 소름이 끼치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뒤에서 차가 바짝 붙기에, 중간에 차를 세울 곳을 찾아 먼저 보내놓고 경치를 봅니다.


높은 산을 오르다보니, 구름을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산 밑에는 빗방울도 가끔 떨어지는터라 비를 머금은 구름입니다.  



구름을 뚫고 또 한참을 달려서, Sequoia National Park의 입구에 도착해서, Annual Pass와 Driver License(Photo ID)를 보여주고, Dashboard 앞 창문에 붙여놓을 스티커를 받아들고는 숙소를 향해 차를 달립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서 다시 까무룩 놀랍니다. 이런 눈들이 쌓여 있습니다. 한국에서 타이어 Chain은 감아본 일도 없는데, 오늘 밤에 눈이라도 쏟아지면 X 되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참고로 출발전에 확인한 Sequoia National Park 홈페이지에는 Chain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는 경고문이 날씨 안내와 함께 떠 있었습니다. 



숙소 앞에는 식당, 기념품가게, 작은 슈퍼마켓, 우체국 등이 모여 있었는데, Check-In을 위해 잠시 차를 세워놓고 아이들과 사진을 쩍어봅니다. 여기만 와도 나무들의 높이가 범상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미국에 와보니, 사람들도 크고, 벌레도 크고, 나무도 크고, 무엇을 먹으면 저렇게 커지는지?"에 대해 아빠에게 묻습니다. 물론 아빠는 모릅니다.  



숙소는 John Muir Lodge라는 곳이었는데, 2층 건물인데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며 소품들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줍니다. 다행히 난방은 무지 잘 되고 있었고요, 너무 높이 올라와서인지 휴대폰은 먹통이 되어있었는데, 숙소 1층에는 공동 공간으로 벽난로 앞에 책상 여러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는 신기하게도 WiFi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옹기종기 모여서 과자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컴퓨터로 웹서핑도 하고, 카드도 치고, 게임도 하는 가족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국인 가족도 구석에서 과자를 먹으며 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게끔 해주고, 아빠는 가끔 숙소 밖으로 나와 밤 하늘을 봅니다. 쏟아질만큼 많은 별들이 보입니다. 목을 저치고 하늘을 올려보자니 힘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게 얼마만인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휴대폰이나 iPAD로는 별을 담은 사진이 안나오네요. 몇 차례 시도하다 포기합니다.

방으로 들어와 간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깜짝이야... 한국에서 수입된 과자들은 빵빵하게 부풀어 있습니다. 아마도 기압이 낮다보니 질소가 팽창한 것 같은데요, 아이들에게 원인을 한참 설명주었는데 아이들은 과자가 터질까봐 걱정입니다. 상대적으로 질소가 안들어 있는지 포장이 시원찮은지 미국과자는 부풀어오르지 않았습니다. TV는 무진장하게 화질이 좋았고, 재미있는 영화도 나옵니다. 



  




오늘 예정대로 움직였다면 짧은 trail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내일부터 열심히 보기로 하고, 잠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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